낙원에 도달하기 위해서: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2018-08-3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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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인 집안, 아버지로부터의 학대, 엄격한 학교와 종교, 이른 결혼과 출산.
자신이 겪은 모든 억압, 강압, 폭력, 권력과 권위에 대한 분노를 직접적인 총격으로 분출한 <사격회화>로 전시는 시작된다.

캔버스에 설치된 물감이 든 오브제들을 총으로 쏘는 과정과 결과물 모두 작품이 된다. 


Niki de Saint Phalle shooting Autel, 25 November 1970. Photo: Shunk-Kender © J. Paul Getty Trust.
(http://nikidesaintphalle.org/)


그녀에게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전시장 바깥에서 보았던 밝은 핑크색과는 대조되는 작품들에서 
니키에게 불면증과 신경쇠약을 가져다준 고통과 괴로움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상상할 수 있었다. 
자신이 쏜 총에 맞아 피 흘리는 작품을 보고 니키는 통쾌한 해방감을 느꼈을까?


“나는 쏘았다. 그것이 재미있기 때문에 그리고 아주 끝내주는 감정을 주기 때문에 나는 그림들을 죽여버렸다. 그것은 새로운 탄생이었다. 희생자 없는 전쟁이었다." –Niki de Saint Phalle


 


니키가 삶의 고비에서 만나게 된 인생의 전환점은 다름 아닌 미술치료였다.

긍정적인 변화는 작품의 색감으로 표현된다.
피처럼 검붉었던 ‘희생자 없는 전쟁’의 색을 뒤로하고, 물구나무를 서고, 점프하고 튀어 오르는 <나나>들은 빨강, 노랑, 파랑, 초록, 강렬하게 살아있는 색의 조화를 이룬다. 마치 다른 작가의 작품인 듯.

 

 
 


나나들을 보며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뾰족하고, 날카롭고, 각진 아픔 너머 이렇게 다채롭고 둥글고 유쾌한 이야기가 있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

장 팅겔리와의 예술적 교감과 사랑, 요코 마즈다와 주고받은 우정이 그녀를 덜 아프게 했는지, 혹은 예술적인 분출과 표현이 그 관계들을 가능하게 했는지는 모르겠다. 순서가 어떻든 간에, 사랑을 하고 우정을 쌓으며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이 작품 하나하나에 녹아 있다. 요코와 주고 받은 편지들은 둘의 관계를 나타냄과 동시에 하나하나가 고유한 회화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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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창조한 상상과 환상의 세계 <타로공원>에서 생을 마감하던 니키는, 석고를 향해 총을 겨누던 당시의 자신에게 건네고 싶던 말이 많지 않았을까.

자신의 작품들이 그녀의 삶을 치유해줬듯, 우리 각자의 삶에 위안을 주는 것이 무엇일지 생각해본다. 
이 무엇은 대단한 창조적 예술이 아니어도 괜찮다.

누군가에게 치유란, 매주 ‘술요일’마다 친구들과 적시는 술자리가 될 수도,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새벽에 땀 흘리며 걷는 산길이 될 수도, 
주말에 여유롭게 가지는 향긋한 티타임이 될 수도, 
줄 그으며 읽어 나가는 책 한 권이 될 수도, 
사랑하는 아들에게서 온 집에 언제 오냐는 조잘거리는 전화 한 통이 될 수도 있다.


삶이 힘든 것은 당연하다. 쉬운 것이 어디 있던가? 억지로 힘낼 필요도 없다.
가끔은 견디기 힘들 만큼 버겁더라도 각자의 방법을 찾아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타로를 통해서 나는 정신적 세계와 삶의 문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난관을 극복하고 내적 통일과 낙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모든 어려움을 해결해야만 한다는 통찰을 얻을 수 있었다. - Niki de Saint Phalle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은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에서 9월 25일까지 진행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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