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것

2018-07-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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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브라함 매슬로Abraham Maslow의 욕구단계설은 고전적입니다.
인간도 동물이므로 굶주림을 가장 먼저 해결하고자 하며,
그 이후에 안전 욕구, 소속 욕구, 승인 욕구, 나아가 자기 실현 욕구라는 고차원으로 나아간다는 이론.

매슬로우 욕구이론


일본의 정신과 의사 이즈미야 간지가 쓴 책에는 매슬로의 이론을 비판하는 빅터 프랭클Viktor Frankl의 글이 실려 있습니다.
그 자신이 나찌의 포로수용소에서 살아 돌아왔던 빅터 프랭클의 글은 우리의 마음을 뒤흔듭니다.

하지만 이 주장은 가장 좋지 않은 상황에서야말로 욕구나 살아가는 의미에 대한 갈망이 강하게 일어난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반복해서 관찰한 우리 정신과 의사들의 소견과 대립한다. 환자들 중에서 죽음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은 강제수용소나 포로수용소에서 살아남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 - 이즈미야 간지,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2017), 김윤경 역, (서울: 북라이프, 2017), 57.


우선 기본 생존이 해결되고 나서야 고차원적인 욕구를 추구한다는 생각은 잘못이라는 것.

사람은 그런 순서로 살지 않습니다.
굶주릴 때 더 간절하게 삶의 의미를 추구합니다.

사람은 저차원적인 욕구가 만족되지 못한 극한 상황에서도 아니 오히려 그런 상황이기에 고차원의 욕구인 ‘의미에 대한 의지’를 간절하게 추구한다. – 위의 책, 57-58.

매슬로와 빅터 프랭클 중 어느 쪽이 맞는지 선택하기는 어렵습니다.
매슬로의 이론이나 빅터 프랭클의 이론 모두 현실을 반영하니까.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요?


「일 따위를 삶의 보람으로 삼지 마라」 (2017)
Copyright 2018. Jiyoung Bae All rights reserved.


굶주리는 자에게 절실히 필요로 한 것은 빵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이 삶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닐까요?
굶어 죽을 상황 속에서도 웃게 하고, 내 안에서 생명이 샘솟게 하는 “의미” 말입니다.

저 대목을 읽으면서 문득 깨닫는 사실 하나.
인간은 눈물 나게 아름다운 존재라는 것.



<Weather: 오늘, 당신의 날씨는 어떤가요?> 
요시노리 미즈타니 작품
Photo: Copyright 2018. Jiyoung Bae All rights reserved.


의미에 목말라 하는 자질, 그걸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즈미야 간지가 진단하는 바, 현대의 일본 청년들은 고뇌하고 있습니다. 이 삶의 의미, 살아갈 동력에 대해 묻습니다.
사회적 지평에서 취직하고 결혼해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차원은 그냥 뛰어넘고 막바로 철학적으로 질문이 들어온다는 것이지요.

대학에서 정신의학과 심리학 강의를 하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고찰하는 과목을 개설하는데, 반응은 진지했고, “그들이 이러한 실존적 주제를 정면으로 다뤄주는 어른에게 무척 굶주려 있다는 사실”(65쪽)을 알게 되었다고 저자는 기록합니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강연할 때도 마찬가지라는 것이지요.


수강자들은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는 심정으로 각자가 안고 있는 실존적 물음의 실마리를 찾고자 모여들었다. 
나는 그들이 내뿜는 열기에서 그들의 굶주림이 자신의 존재를 건 중대한 문제라는 것을 새삼 실감했다. – 위의 책, 66.




이들에게 제가 느낀 것은 연민 이상이었습니다.
피할 수 없게 저를 향해 쳐들어 오는 감동이었습니다.
아, 아직도 이렇게 답답한 마음을 참고 버티는 이들이 있구나!
그동안 그렇게 새로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괴로워하고 있었구나!
자정이 가까운 대학 도서관 앞 벤치에 앉아 하염없이 어둠 속을 응시하던 제 모습도 떠올랐습니다.


목마름이라는 자질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지치지 말자는 말을 전합니다.
고뇌가 슬픔으로 머물지 않고, 축제와 기쁨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잖아요.
답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쁨, 답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계속 추구하면서 자신이 좀더 깊어져 간다는 느낌을 얻어야 하고, 그 기쁨과 느낌을 노래해야 하니까.

목마름으로 인해 우리가 가야 할 길은 멀고, 그 길은 무수히 많은 이야기가 필요한 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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